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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MOT 100 / 102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무엇을 만든다는 말입니까

AI 시대의 MOT - 8

기술전략을 세웠습니다. 신사업 방향도 정했고, 시장 진입 계획도 잡혔습니다.
세우는 데까지는 공을 들입니다. 자료도 모으고, 회의도 여러 번 하고, 승인도 받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왜 그렇게 정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집니다. 규제가 바뀌어도 우리 계획에 닿는지 확인하는 데 며칠이 걸립니다. 회의는 두 시간씩 하는데 진행 보고로 끝납니다.

이런 일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부 누군가 챙겨야만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챙기는 사람이 유능하면 돌아가고, 바쁘거나 바뀌면 멈춥니다.

그러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사람이 챙기지 않아도 돌아가려면 무엇이 있어야 합니까.

시스템이라는 말의 오해

답은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갈립니다.

시스템이라고 하면 대개 화면을 떠올립니다. 과제 등록 화면, 진도 입력 화면, 결재선. 그런 것은 지금도 있습니다.

과제도 등록되고, 예산도 집행되고, 진도도 입력됩니다. 그런데 앞의 문제들은 그대로입니다.

화면이 모자라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록하는 시스템과 맥락을 가진 시스템

여기서 구분이 하나 필요합니다.

회계나 구매처럼 정해진 절차대로 건건이 처리되는 일은 이미 시스템이 되어 있습니다. 기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거래가 발생하면 그 사실을 남기면 됩니다. 왜 그랬는지는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전략과 기획은 다릅니다. 상황이 바뀌면 이미 내린 판단을 다시 봐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스템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판단이 무엇을 전제하고 있었는지, 그 전제가 지금 유효한지, 흔들리면 무엇이 영향을 받는지.

기록만 하는 시스템은 이걸 모릅니다. 맥락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남고, 무엇이 남지 않습니까

지금 무엇이 남는지 보겠습니다.

남아 있는 것 남지 않는 것
승인된 전략 문서 검토했다가 접은 방향
등록된 과제와 예산 그 과제를 왜 하기로 했는가
확정된 개발 사양 어떤 대안과 비교한 결과인가
결재 이력 — 누가 승인했는가 무엇을 보고 승인했는가

오른쪽이 전부 "왜"입니다.

결론은 남고 과정은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황이 바뀌어도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먼저 정해져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면 맥락을 어떻게 갖게 합니까.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일을 유형으로 나누고, 유형별로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정하는 일입니다. 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개발 과제, 규제 대응. 회사마다 다르지만 유형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유형별로 적어봅니다. 동향을 모으는 기능, 전제를 기록하는 기능, 변화를 감시하는 기능, 영향을 판단하는 기능, 결정하는 기능.

여기서 말하는 기능은 부서가 아닙니다. "이 일에 어떤 판단과 어떤 산출이 필요한가"를 가리킵니다. 어느 부서가 맡을지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관리 항목으로 선다는 것

기능이 정해지면 그 기능이 다루는 것들이 드러납니다. 그것에 하나씩 자리를 줍니다.

전략 수립이라는 유형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관리 항목 무엇을 담나
전략 방향, 기간, 목표
전제 그 판단이 딛고 선 가정
감시 조건 전제가 흔들리는지 보는 기준
신호 바깥과 안에서 들어온 변화
안건 판단이 필요해진 것
결정 기록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골랐는가

지금은 이 중 첫 번째만 있습니다. 나머지 다섯은 사람 머릿속이나 회의록이나 메일에 있습니다.

항목으로 선다는 것은 각각이 자기 자리를 갖고, 상태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전제에는 유효한지 폐기되었는지가 있고, 신호에는 검토 전인지 반영되었는지가 있습니다.

연결된다는 것

항목만 세워두면 목록이 여섯 개 생길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항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정해두는 것입니다.

연결
결정은 전제 위에 선다
신호는 전제를 무효로 만든다
전제는 감시 조건으로 지켜진다
새 결정은 이전 결정을 대체한다

네 줄이지만 여기서 많은 것이 따라옵니다.

어떤 결정이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지 적혀 있으면, 그 전제가 깨졌을 때 어느 결정을 다시 봐야 하는지 자동으로 나옵니다. 사람이 기억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규제 개정 공지가 왔을 때 며칠이 걸리던 일이 있습니다. 연결이 정의되어 있으면 그 며칠이 필요 없습니다. 그 규제를 전제로 삼은 결정들이 걸려 나옵니다.

그러면 정보와 판단이 흘러갑니다

항목이 서고 연결이 정의되면 이런 일이 가능해집니다.

들어온 것 무엇에 걸리나 그래서 딸려 나오는 것
신호 감시 조건 그 조건이 지키던 전제
흔들린 전제 그 전제 위에 선 결정 다시 봐야 할 결정들
바뀐 결정 그 결정이 낳은 계획 영향받는 과제
실행 중 이슈 과제가 딛고 선 전제 흔들린 전제

가운데 열이 관계입니다.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걸리는 것을 타고 번져갑니다. 걸리는 것이 없으면 거기서 멈춥니다.

그래서 경로를 미리 다 그려둘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이 무엇에 걸리는지만 정해두면, 들어온 것이 알아서 닿을 데까지 갑니다.

앞 편에서 본 문제가 여기서 풀립니다. 정보가 개인의 판단에 걸려 멈추지 않습니다. 어느 전제를 건드리는지가 정해져 있으니까요.

회의 안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준비팀이 아는 것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전제가 흔들린 것이 안건이 됩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사람이 챙기지 않아도 돌아가는 것이 이것입니다.

기능이 구조적으로 연결된 상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일의 유형별로 기능을 정의합니다. 각 기능이 무엇을 내놓는지 정합니다. 그 산출물들이 서로 어떻게 걸리는지 정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를 시스템에 넣습니다.

기능이 구조적으로 연결되도록 시스템화한 것. 이것이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입니다.

화면은 그 위에 붙습니다. 사람이 보고 입력하기 위한 창이지, 시스템의 본체가 아닙니다.

다음 편에서 볼 것

여기까지 오면서 전제와 감시 조건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이름만 나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직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무엇이 틀리면 이 전략을 다시 봐야 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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