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의 책임은 어디까지 나눌 수 있습니까
AI 시대의 MOT - 7
사업부에서 시장 전망 자료가 왔습니다. 전략 수립에 쓸 자료입니다.
그런데 그대로 쓰기가 망설여집니다. 어디서 가져온 숫자인지 확실하지 않고, 작년 것과 기준이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 직접 찾아봅니다. 몇 시간이 갑니다.
왜 이렇게 됩니까. 그 자료가 틀려도 곤란해지는 것은 자료를 준 쪽이 아니라 그것으로 전략을 짠 쪽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역할의 산물입니다
전략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는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동향을 모은 사람이 있고, 기술을 비교한 사람이 있고, 사업성을 따진 사람이 있고, 방향을 정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깥에서 벌어진 일도 들어가 있습니다.
여러 역할이 각자 내놓은 것이 모여 하나의 결과가 됩니다.
그러니 결과 전체를 한 사람에게 귀속시킬 수 없습니다. 대신 각자는 자기가 내놓은 것을 책임집니다.
책임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나누면 이렇습니다.
하나는 산출의 책임입니다. 자기 기능에서 내놓은 결과물의 품질을 책임집니다. 빠짐없이 모았는가, 근거가 확실한가, 제때 냈는가.
다른 하나는 판단의 책임입니다. 여러 역할이 내놓은 산출을 받아 무엇을 고를지 정합니다. 그 선택을 책임집니다.
이 둘은 성격이 다릅니다. 산출의 책임은 자기가 다 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판단의 책임은 받은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판단하는 사람이 산출까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판단하는 사람은 관련된 역할들이 내놓은 산출을 받아 결정합니다. 그 산출이 부실하면 판단도 흔들립니다.
그런데 산출의 품질까지 판단하는 사람이 책임지면 어떻게 됩니까.
받은 것을 하나하나 검증하게 됩니다. 도입 장면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검증할 시간이 없으면 아예 남에게 맡기지 않게 됩니다.
2편에서 본 장면이 여기서 설명됩니다. 여러 부서가 얽히는 일을 피하고,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계획을 짜는 이유입니다.
받은 것이 최선이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나가 먼저 서야 합니다.
각 역할이 내놓은 것은 그 역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전제입니다.
이 전제가 있어야 판단하는 사람이 그 위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검증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산출이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면, 그것은 그 역할의 책임입니다. 판단한 사람의 책임이 아닙니다.
지금은 이 전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층에서 각자 다 챙깁니다.
전략 수립에 붙여보면
앞 편에서 전략 수립과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적어봤습니다. 거기에 책임을 붙이면 이렇게 됩니다.
| 기능 | 산출 | 이 기능이 책임지는 것 |
|---|---|---|
| 시장·기술 동향 수집 | 동향 자료 | 빠짐없이 모았는가, 출처가 확실한가 |
| 전략 전제의 기록 | 전제 목록 | 실제 판단 근거를 다 적었는가 |
| 전제 변화의 감시 | 변화 신호 | 제때 알아챘는가 |
| 변화의 영향 판단 | 영향 분석 | 근거가 타당한가 |
| 전략 수정 결정 | 결정과 그 근거 | 그 판단이 적절했는가 |
마지막 줄이 의사결정입니다.
앞 편에서 의사결정도 기능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산출물도 있고 책임도 있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골랐는가가 그 산출물입니다.
위 아래로 같은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 구조는 한 층에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제도 같습니다. 과제책임자는 유관 부서에서 받은 것을 토대로 판단합니다. 그 판단은 자기 책임이고, 받은 것의 품질은 그쪽 책임입니다.
사업화도 같습니다. 기획은 여러 부서의 검토를 받아 사업화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 판단은 기획의 책임이고, 검토의 품질은 각 부서의 책임입니다.
층만 다를 뿐 구조는 같습니다. 받은 것을 토대로 판단한 사람은 판단을 책임지고, 내놓은 사람은 산출을 책임집니다.
그러면 아무도 전체를 안 보게 됩니까
여기서 반문이 나옵니다.
각자 자기 것만 책임지면 "내 파트는 했다"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실제로 그런 조직을 겪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체를 보는 자리는 그대로 있습니다. 판단하는 자리입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잘 볼 수 있습니다. 받은 것을 검증하느라 쓰던 시간을 판단에 쓸 수 있으니까요.
| 지금 | 나누면 | |
|---|---|---|
| 판단하는 사람이 하는 일 | 검증 + 판단 | 판단 |
| 책임지는 것 | 결과 전부 | 자기 판단 |
| 전체를 보는가 | 다 짊어지느라 못 봄 | 볼 수 있음 |
AI를 쓰기 시작하면 더 중요해집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AI가 만든 산출물이 늘어나면 같은 문제가 커집니다. 동향 정리도, 비교표도, 초안도 빠르게 나옵니다.
그러면 "이 결과를 믿어도 되는가"가 매번 문제가 됩니다. 사람이 만든 것보다 더 그렇습니다.
누가 그 품질을 책임지는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받은 사람이 다 검증하게 됩니다. 그러면 빨라진 만큼 검증 시간이 늘어납니다.
위임이 성립하려면 책임이 먼저 나뉘어 있어야 합니다. 사람에게 맡길 때도 그렇고, AI에게 맡길 때는 더 그렇습니다.
다음 편에서 볼 것
여기까지 기능을 정의하고 책임을 나눴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서로만 있으면 앞 편들의 문제가 반복됩니다. 만들어두고 아무도 안 보는 것이죠.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란 무엇을 만든다는 말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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