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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회사가 자기 자신을 모르면, AI도 답을 못 합니다
기업의 재정의 58 / 102

회사가 자기 자신을 모르면, AI도 답을 못 합니다

기업의 재정의 - 2

AI 도입을 검토하는 회사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무엇을 학습시킬지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이 지점에서 한 번 멈춥니다.
거래 데이터는 많습니다. 실험 기록 20년치, 구매 이력 20년치, 생산 실적 20년치. ERP와 전자연구노트에 잘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는 답이 안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판단해 왔는가."
모델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 데이터가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것입니다.

첫 번째 답 — 단위기능의 집합

기업을 조직도로 보면 사람이 보입니다. 그런데 조직도는 사람을 나눈 것이지 일을 나눈 것이 아닙니다.

일로 나누면 단위기능(Function)이 보입니다. 과제 후보를 평가하는 일, 단계 진입을 심의하는 일, 위탁처를 고르는 일. 이런 것들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그대로 있습니다.

2022년 협회 발표: "사람·조직 중심에서 Function 중심으로, 전략과 Project의 객체화."

기업은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단위기능의 집합입니다.

이건 지난 글의 세 변화에 대한 답이 됩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기능은 남고, AI가 일부를 맡아도 기능 자체는 그대로입니다.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수행되느냐로 회사를 보는 것입니다.

의도는 어떻게 기능으로 내려오는가

그러면 기능만 있으면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기능은 위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기업의 의도가 실제 업무까지 내려오는 경로를 놓으면 이렇습니다.

무엇
의도 무엇을 하려는가 — 어느 시장으로 갈 것인가, 무엇은 하지 않을 것인가
표현 전략·마케팅·R&D 등 프로젝트성 업무로 나타남
기능 그것을 이행하는 단위기능
수행 기능을 맡아 수행하는 사람
방식 수행이 따르는 Rule·Procedure

의도는 추상적이지만 그대로 머물지 않습니다. 전략이 되고, 마케팅 계획이 되고, R&D 과제가 됩니다. 회사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결국 지금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로 나타납니다.

그 프로젝트를 이행하려면 기능이 필요합니다. 후보를 평가하고, 단계를 심의하고, 위탁처를 고릅니다. 그 기능을 사람이 맡고, 사람은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수행합니다.

아래 세 층은 대부분의 회사에 문서로 있습니다. 업무분장이 있고, 조직도가 있고, 사규와 절차서가 있습니다. 이건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갈수록 흐려집니다.

프로젝트 목록은 있는데 왜 이 프로젝트들이고 다른 것은 왜 아닌지가 없습니다. 전략 문서는 있는데 무엇을 전제로 그렇게 정했는지가 없습니다.

사다리가 위쪽에서 끊겨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그 회사이게 하는 것은 위쪽입니다. 규칙과 절차는 어느 회사나 비슷합니다. 다른 것은 무엇을 하기로 정했느냐입니다.

규칙으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여기서 Rule과 Procedure의 자리를 짚고 가겠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일이 이어지려면, 수행 방식이 사람마다 달라지면 안 됩니다. 그래서 규칙과 절차가 있습니다.

2022년 발표 인텔리전스 프로세스: "신입자 포함해서 누가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규칙의 존재 이유입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결과가 나오게 하는 장치입니다. 지난 글에서 본 정렬 문제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개인의 재량이 클수록 결과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다만 규칙으로 다 되지는 않습니다.

절차대로 처리되는 일에는 규칙이 통합니다. 그런데 매번 판단해야 하는 일에는 안 통합니다. 어떤 후보를 고를지, 다음 단계로 갈지, 무엇을 규격으로 삼을지. 이런 것은 규칙으로 고정할 수 없습니다. 고정하면 판단이 아니게 되니까요.

그래서 판단에는 다른 장치가 필요합니다. 규칙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그러면 의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사다리 위쪽이 끊겨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 부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개 사람 안에 있습니다.

전략 문서는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만 있습니다. 왜 그 방향을 골랐는지, 무엇을 전제로 정했는지, 어떤 대안을 왜 접었는지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른 자리로 가면 같이 갑니다.

남는 것은 결론과 실적입니다.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는 남고, 왜 그렇게 하기로 했는지는 안 남습니다.

그러면 환경이 바뀌었을 때 무엇을 다시 볼지 판단할 근거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정합니다. 법인은 이어졌는데 의도는 끊긴 것입니다.

두 번째 답 — 기록된 순환

기업이 하는 일을 하나의 순환으로 보면 이렇게 됩니다.


바깥에서 변화가 들어옵니다(Intelligence). 그것을 보고 기회를 찾고, 전략을 정하고, 무엇을 할지 정합니다(기획). 정한 것을 수행하고 진척과 문제를 관리합니다(실행). 그 과정에서 판단과 지식이 쌓입니다(축적). 그리고 쌓인 것이 다음 기획에 다시 쓰입니다.

그 아래에 재무·회계·구매·인사가 깔려 있습니다. 이건 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회사를 굴러가게 하지만 어디로 갈지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의도와 방향은 이 순환 안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순환이 남긴 흔적 안에 있습니다.

무엇을 보고 있었고, 무엇을 전제로 정했고, 무엇을 접었고, 어떤 결과를 얻었고, 그것이 다음 판단에 어떻게 쓰였는지.

사람은 이 순환을 돌리지만, 순환 자체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 유지가 아니라 재설정인가

지속된다는 말의 뜻도 다시 봐야 합니다.

지속을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답이 단순해집니다. 규정과 절차를 잘 지키고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 생물로 치면 항상성(Homeostasis)입니다. 체온이 오르면 땀을 내서 원래대로 돌립니다.

그런데 지난 글에서 본 것처럼 환경이 빨리 바뀝니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곧 위험입니다.

알로스테시스(Allostasis) —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목표 자체를 다시 설정하는 것. 기업에 필요한 지속의 방식입니다.

그러면 지속의 조건이 달라집니다.

법인이 지속되려면, 바깥이 바뀌었을 때 목표를 다시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알아야 합니다. 지금 목표가 무엇을 전제로 서 있는지, 그 전제가 흔들렸는지, 흔들렸다면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지.

알로스테시스가 가능하려면 기록이 필요합니다. 2022년 발표에서 이것을 Alive Plan이라고 불렀습니다. 세워두고 끝나는 계획이 아니라, 바깥이 바뀌면 반응하는 계획입니다.

AI 시대라서 더 그렇습니다

여기서 AI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흔히 알려진 것과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AI가 실무를 대신하면 사람의 일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기업을 사람으로 정의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일이 생깁니다. AI에게 회사 일을 시키려면, 회사가 자기 자신을 데이터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거래 데이터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판단해 왔는가"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없습니다. 만들어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 질문에는 답을 못 합니다. 회사가 자기 자신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에 기업이 기업이려면, 자기 자신을 데이터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지켜보고 있는지, 무엇을 결정했는지, 그 결정이 무엇에 걸려 있는지. 그것이 데이터로 있어야 사람이 바뀌어도 이어지고, 기계가 일을 도와도 방향이 유지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능합니다

3년 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실제로 만들 수 있습니다.

2022년에는 "Process, Rule, DB"라고 적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막연했습니다. 문서로 남기는 것과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였으니까요.

결정이 데이터로 남습니다. 무엇을 놓고 골랐는지, 왜 다른 것을 접었는지, 누가 무엇을 검토했는지가 항목으로 들어갑니다.

전제가 데이터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전제가 무엇을 지켜봐야 하는지를 정합니다.

그것들이 서로 연결됩니다. 이 결정이 어느 전제 위에 서 있고, 그 전제 위에 어떤 과제들이 걸려 있는지가 조회됩니다.

Transaction 업무는 이미 20년 전에 디지털로 옮겨졌습니다. ERP와 SCM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의도와 판단은 아직 옮겨지지 않았습니다. 옮길 방법이 없어서였고, 지금은 있습니다.

끊긴 사다리의 위쪽을 잇는 일입니다.

그러면 기업은 무엇입니까

정리하겠습니다.

기업은 사람의 집합이 아닙니다. 사람은 오고 갑니다. 그것을 전제로 회사를 설계해야 합니다.

설비의 집합도 아닙니다. 만들지 않고 맡기는 회사도, 설비 없이 시작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오너의 의도도 아닙니다. 오너십은 분산되고 경영진은 바뀝니다.

기업은 의도가 프로젝트로 표현되고, 그것을 이행하는 단위기능들이 순환을 이루며, 그 순환이 기록으로 남는 구조입니다.

프로젝트는 무엇을 하려는 회사인지를 보여줍니다. 기능은 그것이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규칙은 누가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게 합니다. 그리고 기록이 왜 그렇게 하기로 했는지를 남깁니다.

법인이 지속된다는 것은 법적 지위가 아니라 상태입니다. 등기부에 이름이 남아 있는 것과, 그 회사가 자기가 무엇을 하려는 회사인지를 아는 것은 다릅니다. 앞의 것은 저절로 되고, 뒤의 것은 되지 않습니다.

법인 — Sustainable, 개인 — Replaceable
그리고 그 지속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기록된 순환입니다.

저희는 25년 동안 제약·바이오·화장품·화학·건설·제조 분야에서 R&D 관리 체계를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이미 갖추신 것을 먼저 확인하고, 그 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정리합니다. 이야기 나눌 자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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