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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AI를 도입하면 기록이 생깁니까, 기록이 있어야 AI가 옵니까
구축의 순서 56 / 102

AI를 도입하면 기록이 생깁니까, 기록이 있어야 AI가 옵니까

구축의 순서 - 7

시스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기록을 남기자, 전제를 적자, 검토의견을 붙이자. 여기까지 듣고 나면 이렇게 묻습니다.
"요즘 AI가 좋다는데, 그런 건 알아서 정리해주지 않나요."
기대할 만한 질문입니다. 실제로 AI는 문서를 읽고 요약하고 분류합니다. 회의록을 넣으면 정리도 해줍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답이 둘로 나뉩니다.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대개 반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먹일 데이터가 없습니다

AI 도입을 검토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을 학습시킬지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 이 지점에서 한 번 멈춥니다.

거래 데이터는 많습니다. 실험 기록 20년치, 구매 이력 20년치, 생산 실적 20년치. ERP와 전자연구노트에 잘 쌓여 있습니다.

의사결정 데이터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결정해 왔는가"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보고서는 있지만 결론만 있고, 회의록은 있지만 그날 오간 말이 시간순으로 적혀 있을 뿐입니다.

그 데이터가 만들어진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모델을 붙여도 그 질문에는 답이 안 나옵니다. 없는 것을 학습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AI가 이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원래 있던 공백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AI를 쓰는 자리가 따로 있습니다

그러면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AI는 쓸모가 없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쓰는 자리가 다른 데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 반강제로 시작하되 불편하면 고쳐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화면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남겨야 할 것은 남겨야 하니까요.

AI는 남길 것을 줄이지 않고, 남기는 수고를 줄입니다.

학습이 아니라 입력 쪽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는 지금 당장 쓸 수 있습니다. 쌓인 데이터가 없어도 됩니다.

AI가 하는 일

구체적으로 이렇습니다.

AI가 하는 일 사람이 하는 일
회의록에서 결정 항목을 뽑아 초안 작성 맞는지 확인하고 고침
전제 유형을 고르면 감시 조건 제안 실제로 볼 것을 선택
비슷한 과거 결정을 찾아 보여줌 참고할지 판단
정해진 자료원을 훑어 신호를 걸러옴 우리에게 영향 있는지 판단
영향 범위를 조회해 검토 요청 초안 작성 검토 의견 작성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AI는 초안을 만들고 사람은 확인합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백지에 쓰는 것과 초안을 고치는 것은 부담이 다릅니다.

빈 화면을 열고 "이번 결정의 전제를 적으시오"라고 하면 손이 안 나갑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부터 생각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회의록에서 뽑아낸 초안이 이미 들어와 있고 "이게 맞습니까"라고 물으면, 고치는 데는 1분이면 됩니다.

지난 편에서 말한 "고쳐준다"의 실체가 이것입니다. 입력 항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입력하는 수고를 줄이는 것입니다.

AI가 하지 않는 일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이건 원칙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입니다. 규제 개정 소식이 우리 과제에 영향이 있는지는 그 과제를 아는 사람이 봐야 압니다. 어떤 후보를 접을지, 어떤 조건으로 다음 회차를 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걸러온 것 중에 실제로 관련 있는 것을 고르는 일, 초안이 맞는지 보는 일,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하는 일. 이것들이 사람의 자리로 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갈립니다.

기계는 거르고, 사람은 판단하고, 시스템은 흔적을 남깁니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굴러갑니다. 기계만 있으면 판단이 없고, 사람만 있으면 감당이 안 되고, 흔적이 안 남으면 다음에 또 처음부터입니다.

그래서 순환이 됩니다

여기서 순서가 뒤집힙니다.

흔히 알려진 순서는 이렇습니다. AI를 도입한다 → 정보가 정리된다.

실제 순서는 이렇습니다.

AI가 입력 부담을 줄입니다 → 사람들이 씁니다 → 기록이 쌓입니다 → 쌓인 것을 조회하면 뭔가 나옵니다 → 쓸모를 봅니다 → 더 씁니다 → 그리고 쌓인 데이터 위에서 AI가 더 잘합니다.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AI가 초안만 만들지만, 회사의 결정이 쌓이면 "우리 회사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판단해 왔다"를 참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초안의 질이 달라집니다.

돌기 시작하면 점점 나아집니다. 그런데 돌기 시작하려면 사람이 먼저 써야 합니다.

AI 도입이 목적이 아니라 정착의 수단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것이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의 조건입니다

일곱 편을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면 대개 설비와 공정을 디지털로 옮기는 것을 떠올립니다. 생산 라인을 화면에 그대로 재현하고, 조건을 바꿔가며 돌려봅니다.

유용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Transaction 쪽입니다.

회사를 그 회사이게 하는 것은 설비가 아닙니다. 무엇을 하기로 정했느냐입니다. 어떤 시장을 보기로 했고, 어떤 후보를 접었고, 무엇이 유지된다고 보고 그렇게 정했는가.

이제 그것들이 데이터로 있습니다.

회사가 지금 무엇을 지켜보고 있는지가 감시 조건 목록으로 있습니다. 무엇을 결정했는지가 결정 기록으로 있습니다. 그 결정이 무엇에 걸려 있는지가 전제로 있습니다. 그리고 전제가 흔들리면 무엇을 다시 봐야 하는지가 조회로 나옵니다.

설비를 디지털로 옮긴 것만으로는 기업이 디지털이 되지 않습니다. 기업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결정하는지가 함께 옮겨져야 합니다.

이것이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의 조건입니다.

일곱 편을 정리하면

1편 — 남의 회사 사례가 안 맞는 이유는 단위기능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산업이 아니라 사업모델입니다.

2편 — 무엇을 시스템에 담을지 두 번 가릅니다. Transaction인가 의사결정인가, 그리고 이력이 남아야 하는가.

3편 — 용어부터 맞추고, 하나의 트리가 아니라 독립된 축으로 만들고, 갱신 경로를 처음부터 넣습니다.

4편 — 자료가 아니라 관계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표현되고, 저절로 생기고, 무언가를 불러야 합니다.

5편 — 기초 마스터를 전사에서 관리하고, 범위는 팀이 아니라 의사결정 유형으로 좁힙니다.

6편 — 구축과 운영은 다릅니다. 기존 체계를 정리하고, 초기에는 반강제로 가고, 경영진 의지로 개선 여지를 만듭니다.

7편 — AI는 학습이 아니라 입력 쪽에서 먼저 쓰입니다. 부담을 줄여야 기록이 쌓이고, 쌓여야 AI가 더 잘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과, 그것을 어떤 순서로 갖추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다음 이야기

이 시리즈를 쓰면서 계속 밑에 깔려 있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1편에서 기업을 단위기능의 집합으로 봤습니다. 사람의 집합이 아니라요. 그런데 그건 기능의 측면이고,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다른 질문이 남습니다.

사람은 계속 바뀝니다. 그러면 회사의 의도와 방향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업 활동이 디지털로 옮겨진다는 것은 편의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디지털 시대에 법인의 실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고, 이 시리즈가 다룬 것들이 그 답의 일부입니다.

이 이야기는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저희는 25년 동안 제약·바이오·화장품·화학·건설·제조 분야에서 R&D 관리 체계를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이미 갖추신 것을 먼저 확인하고, 그 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정리합니다. 이야기 나눌 자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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