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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회의록은 쓰는데, 왜 작년 결정이 올해 안 쓰입니까?
전자경영노트 47 / 102

회의록은 쓰는데, 왜 작년 결정이 올해 안 쓰입니까?

전자경영노트 - 2편

지난 글에서 작년 검토 자료를 찾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자료가 아예 없는 회사는 드뭅니다. 대부분 있습니다.
최종보고서를 엽니다. 잘 쓰여 있습니다. 후보 열두 개를 검토했고, 세 개를 추천하고, 시장 규모와 근거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결재도 다 났습니다.
그런데 올해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나머지 아홉 개를 왜 접었는지가 없습니다. 세 개를 고를 때 무엇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골랐는지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조건이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보고서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보고서에 원래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결과물이고, 기록은 과정입니다

보고서는 누군가에게 보고하기 위해 씁니다.
그래서 결론이 있고, 그 결론을 지지하는 근거가 있습니다. 접은 후보는 방해가 되니 빠집니다. 흔들릴 수 있는 조건도 굳이 쓰지 않습니다. 보고서의 목적에는 그게 맞습니다.

연구개발 쪽은 이 문제를 이미 풀었습니다. 연구 결과 보고서와 실험 노트는 다른 물건입니다.
보고서에는 성공한 조건이 들어갑니다. 노트에는 실패한 회차가 그대로 남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안 됐는지, 그때 무엇을 바꿔봤는지가 남아 있어서, 3년 뒤 다른 사람이 같은 벽에 부딪혔을 때 쓸모가 있습니다.

의사결정에는 보고서만 있고 노트가 없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한 건입니까

기록을 남기려면 먼저 단위를 정해야 합니다.
실험 노트의 단위는 실험 회차입니다. 한 회차에 조건, 수행자, 결과가 붙습니다.
의사결정의 단위는 결정 한 건입니다. 회의가 아니라 결정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회의 하나에서 결정이 셋 나올 수도 있고, 두 시간 회의에서 하나도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결정 하나가 세 번의 회의와 부서 검토를 거쳐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회의록을 남기는 것과 결정을 남기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회의록은 그 자리에서 오간 말을 시간순으로 적습니다. 나중에 필요한 것은 시간순이 아니라 "그 결정이 무엇이었고 무엇에 걸려 있는가" 입니다.
(시스템에서는 이 단위를 결정 기록이라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읽기 편하게 의사결정 기록으로 쓰겠습니다.)

한 건에 무엇이 붙어야 합니까

다섯 가지입니다.

항목 무엇을 남기나 없으면
전제 무엇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정했는가 환경이 바뀌어도 다시 볼지 판단할 수 없음
선택지 무엇을 놓고 골랐는가 같은 후보를 내년에 또 검토함
기각 사유 왜 그것을 접었는가 접은 이유를 모르니 다시 올라옴
근거 무엇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는가 판단이 개인의 감으로 남음
검토의견 각 부서가 무엇을 우려하고 무엇을 확인했는가 결정이 한 사람의 것이 됨

두 가지만 짚겠습니다.

기각 사유가 이 표의 무게중심입니다.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빠지고, 나중에 가장 아쉬운 것입니다. 접은 후보가 남아 있지 않으면 내년에 그 후보가 다시 올라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게 작년에 검토된 것인 줄 모릅니다.

검토의견은 이 기록을 조직의 것으로 만듭니다. 앞의 네 가지는 결정한 사람 한 명의 판단입니다. 잘 정리해도 개인 메모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부서 검토의견이 붙으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연구소가 무엇을 우려했고, 생산이 무엇을 확인했고, 품질이 어떤 조건을 달았는지. 그리고 그 의견들 위에서 무엇을 선택했는지가 남습니다.

"검토했고 영향 없음"도 기록입니다. 생산팀이 봤고 문제없다고 했다면 그것도 남아야 합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 생산은 봤는가"에 답이 있고, 무엇보다 같은 안건을 두 번 돌리지 않습니다.

전자결재와 헷갈리기 쉬운데, 다릅니다. 전자결재에 남는 것은 승인과 반려입니다. 여기 남는 것은 의견 자체입니다.

누구에게 남기는가

이 다섯 가지를 남기라고 하면 대개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그걸 언제 다 씁니까."
맞는 지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대부분의 지식관리가 무너졌습니다. "의사결정 기록 작성"이라는 새 업무를 만들면 처음 몇 달만 굴러갑니다.

그러니 원칙은 하나입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의 부산물로 남아야 합니다.
심의 안건을 올릴 때 선택지는 원래 씁니다. 왜 다른 안을 안 골랐는지도 회의에서 말합니다. 부서 검토의견은 이미 메일과 회의로 오갑니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문장 속에 묻혀 있는 것을 꺼낼 수 있게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을 누구에게 남기는 것입니까.

예전에는 후임에게 남겼습니다. 인수인계 문서를 쓰고, 옆자리에서 설명하고, 못 다한 것은 "궁금하면 전화 주세요"로 넘겼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남기는 방식입니다.

전자경영노트는 시스템에 남깁니다. 후임을 위해 따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하면서 남긴 것이 그대로 다음 사람에게 갑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인수인계는 끊긴 것을 다시 잇는 일입니다. 전임자가 나가고, 후임자가 처음부터 파악합니다. 아무리 잘해도 몇 달이 걸리고, 그 사이 판단은 멈춥니다.

애초에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 이 노트가 하려는 일입니다. 3년 전 결정에 붙은 전제와 검토의견이 그대로 조회되면, 후임자는 그것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그 위에서 다음 결정을 내립니다.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회사와 개인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개인이 자기 경력을 스스로 관리하는 시대에, 회사가 사람 대 사람의 전달에 기대는 것은 이제 성립하지 않습니다.

전자연구노트와 나란히 놓으면

전자연구노트 전자경영노트
담는 것 연구개발의 거래 처리 기업의 의사결정
기록 단위 실험 회차 결정 한 건
무엇을 남기나 조건 · 수행자 · 결과 전제 · 선택지 · 기각 사유 · 근거 · 검토의견
실패도 남기나 남깁니다 남겨야 합니다
누가 참여했나 수행자와 확인자 결정자와 검토 부서
왜 남기나 규제 준수 · 재현성 재사용 · 재검토
요구한 주체 GMP · 규제기관 없음
무결성 기준 ALCOA+ 아직 없습니다

아래 두 줄이 이 시리즈가 서 있는 자리입니다.

실험 기록에는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기록으로 인정되는지가 국제 표준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의사결정 기록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요구한 주체가 없으니 기준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없으니 만들자는 이야기를, 저희는 하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여기까지가 한 건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 다섯 가지가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남습니까.

다음 편에서는 세 장면을 보겠습니다. 전략을 세울 때, 과제를 실행할 때, 그리고 기술을 확보해 갈 때. 각각 무엇이 남고 그것이 어디에 모이는지를 데이터 형태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것이 무엇이 되는지는 마지막 편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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