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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경영노트 46 / 102

신사업을 발굴한다는데, 작년에 검토한 것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전자경영노트 - 1편

작년 자료를 찾는 데서 시작합니다

올해 신사업 발굴 과제가 떨어졌습니다. 시장을 보고, 후보를 추리고, 몇 개는 접고 몇 개는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작년에도 했습니다. 재작년에도 했습니다.
그 자료를 찾아보려고 하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담당자가 바뀌었거나, 폴더 어딘가에 최종 보고서 한 부가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결론이 있습니다. 그때 무엇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어떤 후보를 왜 접었는지는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작년에 접은 후보가 올해 후보 목록에 다시 올라오기도 합니다. 아무도 그게 작년에 검토된 것인 줄 모르니까요.
이런 일이 왜 반복되는지, 이번 글에서 짚어보려 합니다.

구축·운영해 온 시스템을 세어봅니다

ERP, SCM, PLM, 전자연구노트, 그룹웨어, 전자결재.
회사가 20년 가까이 구축하고 운영해 온 시스템들입니다. 지금도 잘 돌아갑니다. 매일 수천 건이 처리되고, 감사에도 대응합니다.

이 목록을 놓고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부 한쪽입니다.

기업이 하는 두 종류의 일

기업이 하는 일을 둘로 나눠 보겠습니다.

하나는 거래 처리(Transaction)입니다. 이미 정해진 대로 처리하는 일입니다. 주문을 받고, 자재를 청구하고, 대금을 지급하고, 프로토콜대로 실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기록합니다. 절차가 있고, 누가 해도 결과가 같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일입니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모델을 설계하고, 신제품을 기획하고, 어떤 시장에 어떻게 들어갈지 정합니다. 연구개발 과제를 고르는 것도 여기에 속합니다.

이 일에는 절차가 없습니다. 매번 정보를 모으고, 우리 상황에 비추어 해석하고, 선택합니다. 같은 자료를 봐도 사람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요즘 어느 회사나 신사업 발굴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신사업 발굴은 회의를 여는 일이 아닙니다. 무엇을 지켜볼지 정하고, 들어온 정보를 해석하고,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일이 반복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디에 남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앞의 것이 없으면 오늘 회사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뒤의 것이 없으면 내년에 회사가 무엇으로 먹고살지가 정해지지 않습니다.

거래 처리는 오늘의 일이고, 의사결정은 내년의 일입니다. 거래 처리가 멈추면 그날 알지만, 의사결정이 비면 3년 뒤에 압니다. 그래서 급한 쪽이 먼저 시스템이 됐습니다.

의사결정은 기업의 미래입니다. 그런데 그 미래가 어디에 기록되고 있습니까.

어느 시스템의 영역도 아닙니다

앞의 목록을 다시 봅니다.

ERP는 회계와 구매의 거래를 담습니다. SCM은 물류의 거래를, PLM은 제품 데이터의 변경 이력을 담습니다. 전자연구노트는 실험이라는 거래를 담습니다. 언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수행했고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를 서명과 감사추적까지 갖춰서 남깁니다.

여기서 한 가지만 짚겠습니다. 전자연구노트는 "왜 그 실험을 했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물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 결정은 실험 바깥에서 이미 내려졌고, 그것이 어디에 기록되는지는 전자연구노트가 다루도록 설계된 영역이 아닙니다. 회계 시스템에 "왜 이 예산을 배정했는가"가 없다고 해서 회계 시스템을 탓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거래 처리 의사결정
성격 정해진 절차대로 처리 매번 새로 판단
담는 시스템 ERP · SCM · PLM · 전자연구노트
남는 것 무엇을 했는가 왜 그렇게 했는가 (남지 않음)

오른쪽 열 가운데 칸이 이 글의 전부입니다. 어느 시스템의 영역도 아니라서,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습니다.

그동안은 없어도 됐습니다

이 공백이 어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원래 있었고, 사람이 메워왔습니다.

거래 처리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어서 시스템이 됐습니다. 하루 수천 건을 손으로 처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의사결정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어서 안 됐습니다.

20년 근속한 부장의 머릿속이 사실상의 의사결정 데이터베이스였습니다. 3년 전에 그 후보를 왜 접었는지, 그때 어떤 조건을 보고 그렇게 정했는지. 검색은 안 되지만 물어보면 나왔습니다. 그리고 물어볼 사람이 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세 가지가 동시에 바뀌었습니다

첫째, 회사와 개인의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평생직장이 끝났다는 말은 회사가 손해를 본다는 뜻이 아닙니다. 개인이 자기 경력을 스스로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입니다. 개인은 회사를 옮기며 경력을 쌓고, 회사는 그렇게 쌓은 사람을 받아 씁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면 각자 자기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개인은 자기 경력을 남기고, 회사는 회사의 의사결정을 남깁니다. 20년 있을 사람의 머릿속을 전제로 회사를 설계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둘째, 다시 봐야 할 일이 계속 생깁니다.

중장기 전략은 3년, 5년을 내다보고 세웁니다. 그런데 그사이 규제가 개정되고, 경쟁사가 먼저 들어오고, 원료 수급 조건이 달라집니다.

그러면 물어야 합니다. 이번 변화로 우리가 세운 것 중에 무엇을 다시 봐야 합니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그 전략과 과제가 무엇을 전제로 정해졌는지가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답이 둘 중 하나입니다. 전부 다시 보거나 — 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안 보거나 — 대개 이쪽입니다.

그리고 여덟 달쯤 지나 개정안이 확정되고 나서야 회의에서 누군가 말합니다. "그거 작년에 나왔던 얘기잖아."

위험을 관리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쪽으로 바뀌었을 때 놓치는 것도 같은 문제입니다. 미뤄뒀던 과제를 다시 꺼내야 하는데, 왜 미뤘는지가 없으면 다시 꺼낼 계기도 없습니다.

셋째, 남길 방법이 생겼습니다.

의사결정을 남긴다는 것은 문서를 한 장 더 쓰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결정이 어떤 전략에 걸려 있고, 어떤 과제에 영향을 주고, 무엇을 전제로 서 있는지 — 그 관계를 함께 남겨야 의미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형태를 다룰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문서는 폴더에, 데이터는 표에 넣는 것이 전부였고, 관계는 사람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이 부분은 뒤의 편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AI가 이 공백을 드러냈습니다

AI 도입을 검토해 보신 회사라면 이 장면을 아실 겁니다.

무엇을 학습시킬 것인가를 정리하다 보면, 거래 데이터는 있고 의사결정 데이터는 없습니다. 실험 기록 20년치, 구매 이력 20년치, 생산 실적 20년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어떻게 결정해 왔는가"에 해당하는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무리 잘 학습시켜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 데이터가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AI가 이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20년 된 공백을 처음으로 눈에 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왜 거래 처리만 남았을까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왜 한쪽만 기록이 남았을까요.

거래에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회계 기록은 세법이 요구했고, 실험 기록은 GMP와 데이터 완전성 규정이 요구했습니다. 요구가 있으니 회사가 예산을 썼고,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기록이 쌓였습니다.

의사결정에는 아무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게을러서 안 남긴 것이 아닙니다. 요구가 없어서 안 만들어진 기록입니다. 급하지도 않았고 — 비어도 3년 뒤에나 아니까요 — 요구도 없었습니다. 두 가지가 겹쳤습니다.

그래서 먼저 말씀드립니다. 전자경영노트는 규제 대응이 아닙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지만 회사에 필요한 기록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안 하면 회사가 매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하는 일입니다.

전자연구노트가 연구개발의 거래 처리를 담는다면, 그 옆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담는 노트입니다.

전자연구노트 : 연구개발의 거래 처리 = 전자경영노트 : 기업의 의사결정

다음 편에서는

그러면 의사결정을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남기는 것입니까.

결론만 남기는 것이라면 이미 보고서가 있습니다. 회의록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있는데도 작년 검토가 올해 쓰이지 않습니다.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뜻입니다.

실험 기록에는 ALCOA+라는 국제 표준이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기록으로 인정되는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의사결정 기록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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